미국기업들의 법인도치 문제의 심각성

버거킹은 외국기업을 인수합병함으로써 본사를 외국으로 옮기는 것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로써 버거킹은 법인도치를 시도하는 마지막 미국기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버거킹은 캐나다의 커피,도넛 체인회사인 팀 호튼(Tim Hortons)을 인수하려는 계획을 발표해온 바 있다. 버거킹의 운영진은 그대로 마이애미에 남을 것이지만 새 법인의 본사는 캐나다에 있게 될 것이다. 이런 방법은 법인도치(기업도치, 세금도치, 외국 모회사 설립)로 불리며, 조세회피를 위한 이런 방법은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 유명한 꼼수였다. 버거킹은 이번 인수합병 거래가 국제적 성장가능성을 위한 선택이며 캐나다의 낮은 법인세율의 혜택을 누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버거킹이 법인도치의 정점을 찍다

조세 회피를 위한 외국기업 인수 합병

오하이오의 민주당 쉐러드 브라운 상원의원은 버거킹의 이런 비애국적 행태를 적극적으로 비판하며, 미국 소비자들에게 버거킹 대신 오하이오에 본사를 둔 웬디나 화이트캐슬 등 다른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를 이용해 줄 것을 권하고 있다. (미국은 이런 직접적인 불매운동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하지만 미국기업의 해외 법인도치는 오랫동안 행해왔던 것이며 그동안 미 의회는 크게 문제시하지 않았다. 유독 이번 버거킹의 법인도치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버거킹의 법인도치의 계획을 알게 된 워렌 버핏이 버거킹 주식을 대량으로 확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법인도치란 무엇인가?

법인도치(Corporate Inversion)는 세금도치 또는 기업도치라고도 표현하며, (미국의 입장에서) 미국 기업과 외국 회사가 합병할 때 외국을 본사로 한 새로운 모회사가 설립되는 것을 말한다. 이때 기존의 모든 경영진과 운영조직이 미국에 남더라도 미국 기업이 외국 회사 소유가 된다.


왜 법인도치를 할까?

많은 사업상의 이유가 있겠지만, 새 모회사를 외국에서 설립하는 이유는 사실상 조세회피를 위함이다. 미국은 문명국가들 중에 법인세율이 35%로 가장 높은 국가이다. 그리고 미국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에 대해서도 과세하는 유일한 문명국가이다. 다국적 기업이 국외 수익을 가지고 들어오면 과세하는 방식인데 캐나다는 자국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이른바 '속지주의' 과세국가이다. 예를 들어 이번 버거킹이 캐나다에 새로 설립되는 모회사 소유가 되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을 모회사가 있는 캐나다로 송금하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미국으로 송금하면 높은 법인세를 내야 한다.) 그리고 또 다른 효과는 자회사와 모회사의 채권 채무 관계를 만들어 새로이 발생하는 이자만큼 미국내에서의 과세수익을 줄이는 꼼수를 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금 우회 (HOPSCOTCHING)

많은 미국회사들이 자금을 해외에 비축하고 있는데 이는 표면적으로는 해외투자를 위한 것이라고 실제적으로는  조세회피를 위함이다.  전문가들은 1조달러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만약 외국 자회사가 이익을 미국회사로 송금한다면, 미국회사는 그것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만약  그 해외이익이 외국 모회사를 거친다면 (버거킹의 경우 캐나다의 모회사) 미국에 세금을 내지 않고 미국에 들어올 수 있다. 이 기술을 "Hopscotching"(사방차기:미국에서 아이들이 돌을 이리저리 차는 놀이)라고 부르는데 왜냐하면 서류상의 자금이 미국 세금을 피하는 동안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튕겨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관련기업간 지급이자 송금 (STRIPPING)

법인도치된 외국 모회사는 그래도 미국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에 대한 세금을 미국에 납부하여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Earnings Stripping"이라 불리는 꼼수를 통해 세금을 낮출 수 있는데 이 원리는 아래와 같다. 

  • 외국 모회사가 미국 자회사에게 돈을 서류상으로 빌려준다. (많이 빌려줄수록 유리)
  • 미국 자회사는 다시 외국 모회사에 돈을 갚는데, 고리의 이자를 붙여서 갚는다.
  • 따라서 미국 자회사는 이자만큼의 손해를 본다.
  • 미국 자회사가 미국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 따라서 미 국세청의 과세대상인 "미국내에서의 수익"이 줄어들어 납부해야 할 세금이 줄어든다.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서류상으로만 미국 자회사가 채무자가 되고, 외국 모회사가 채권자가 되는 것 만으로 상당한 조세회피가 가능한 것이다.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

미 의회 조사국에 따르면 지난 10년동안 법인도치를 해왔던 미국기업의 수는 50개 이상이라고 한다. 법인도치는 지금까지 주로 제약업종에서 많이 나타났다. 미국제약사 "애브비"가 아일랜드 제약사인 "샤이어"를 인수했고, "메드트로닉"이 아일랜드 제약사 "코비디엔"을 인수했다. 기업들 간에 이런 꼼수가 유명해지면서 여러 업종에 걸쳐 법인도치는 횡횡하게 되었다. 물론 이렇게 조세회피를 하게 놔두는 정치권에 대한 의문이 들겠지만 다음을 보면 약간 이해가 갈 것이다.


미국 의회는 뭘 했나?

2004년, 미 의회는 기업도치를 제한하기 위해,  미국 기업은 주주와 경영진은 똑같은데, 단순히 해외에 모기업을 새로 설립하는 것 만으로 미국 세금을 회피할 수 없게 만들려고 시도했었다. 하지만 의회는 결국, 아무리 외국의 합병대상 회사가 작더라도 미국회사가 그 외국회사를 인수합병만하면 새로운 외국 모기업 설립을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버렸다. 위의 만화는 의회의 이런 처사를 풍자하기 위한 것으로 의회가 뇌물을 먹고 기업들의 이런 꼼수를 오히려 합법적이라고 대변해주는 모양새를 그리고 있다. (그런데 뇌물을 주는 사람이 우연인지 아닌지... 워렌 버핏 닮았네!! ^^)


미 의회는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몇몇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미국기업들의 법인도치를 제한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고, 민주당 론 와이든 상원 재정위원회 위원장은 공화당의 주요 상원의원들과 함께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초당적인 결론에 이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업도치를 제한하기 위한 예산을 2015년 회계연도 예산에 포함하도록 요청했다. 하지만, 최근 정치분위기로 볼때 공화당소속의원들과, 민주당 상원의원들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이 모두 동의한다고 보기 힘들다고 한다. 아직도 기업들의 로비로부터 자유스러울 수 없는 것 같다. 미 재무부는 조세회피를 위한 기업도치 행태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연 재무부가 의회의 도움없이 독자적으로 얼마나 제재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하지만 이번 버거킹 법인도치 이슈와 워렌 버핏의 대활약(?)으로 미 의회 및 오바마 행정부는 어떻게든 현실성있는 대책을 내놓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압도적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미국의 법인도치를 이용한 조세회피 꼼수는 2014년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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