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시 형제 이야기

2004년 6.25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 한 편이 우리나라 전체를 감동시켰다. 원빈과 장동건 주연의 "태극기 휘날리며"였다. 한국전쟁에 참전하게 된 한 형제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역동적이고 장엄한 연출로 필름에 담아낸 역작이었다. 이 "태극기 휘날리며"는 개봉 후 관객 천만명을 돌파하면서 당시 사회적 큰 반향을 남기기도 하였다. 물론 이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는 픽션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한국전쟁 중 진짜 "태극기 휘날리며"의 이야기 처럼 실제로 60년만에 만나게 된 한국전쟁 참전용사 형제가 있었다. 이들은 안타깝게도 살아서 다시 만나지는 못했다. 이 형제의 이야기는 TV 방송에 언급되면서 국민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바로 "허시 형제 이야기"이다.


허시 형제 이야기

잊지 말아야 할 영웅들

hearsey_brothers


한국전쟁에 참전한 캐나다의 2만7천명의 참전용사들 중 516명이 산화했다. 그 중에 죽어서 다시 만난 가슴찡한 사연의 형제가 있었는데 바로 허시 형제(Hearsey Brothers)이다.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때 UN은 이것을 북한의 침략행위로 규정하고 미국,영국,캐나다를 포함한 16개국이 유엔군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에 아주 작은 변두리 마을이었던 이그나스에 허시 가족이 이 한국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3형제 중에 둘째였던 아치 허시(Archie Hearsey, Akibald Lloyd Hearsey)가 캐나다 유엔군으로 한국전쟁에 지원했다. 위험에 처한 나라를 돕고 싶다는 순수한 정의감에서였다. 캐나다는 유엔군 중에 가장 먼저 한국에 파병한 나라이다.

아치 허시의 형 죠셉 허시(Joseph Hearsey)는 당시 철도관련 공무원이었고 비교적 평탄한 생활을 살고 있었는데, 동생 아치 허시의 참전 소식을 전해 듣고 동생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도 또한 한국전쟁참전하게 된다. 하지만 동생 아치 허시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형이 같은 한국전쟁에서 싸우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르던 아치 허시는 1951년 10월 13일, 영국 연방 제27여단 제1사단에 배속되어 임진강 서북쪽에서 중공군과 싸우고 있었다. 그날 밤 아치 허시는 동료들로부터 "너와 같은 성씨를 가진 병사가 총을 맞아 중태에 있다"는 말을 듣게 되고, 아치 허시는 고향에 있는 줄 알았던 친형 죠셉 허시가 사경을 헤매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아치 허시는 형 죠셉을 끌어 안았지만 이미 죠셉은 의식이 거의 없는 상태였고, 결국 죠셉은 동생 아치의 품에서 숨을 거둔다. 전쟁이 끝난 후 동생은 캐나다 변두리 마을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으나 형이 자신때문에 죽었다는 죄책감과 정신적 후유증으로 평생을 괴로워 해왔다.



사망하기 전 25년간을 폐결핵으로 고생했던 아치 허시는 한국에 가서 형의 무덤을 보고 싶었지만 부유한 환경이 아니어서 한국에 가질 못하다가, 한국에 "유엔 참전용사 방한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그의 거동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게 되었을 때여서 그는 자기 대신 딸을 보내어 형 죠셉의 무덤에 가보게 했다. 딸이 한국에 다녀와서 형 죠셉의 무덤이야기와 한국의 눈부신 발전에 대해 얘기해주자 아치는 딸에게 자신이 죽으면 형이 묻혀 있는 한국의 UN참전용사 묘지에 묻어달라고 유언했다.

아치 허시가 사망한 후 고인의 유언대로 부산 유엔공원의 UN참전용사 묘지에 죠셉 허시와 함께 아치 허시를 합장하는 것을 알아보았으나, 부산 UN공원의 규정상 참전용사 고인의 아내만이 합장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어려움에 봉착했다. 하지만 이 허시 형제의 사연이 캐나다 상원의원 연아 마틴(Yonah Martin)에 알려지고, 마틴 상원의원은 한국 국가보훈처와 도움을 청하게 되었고 허시 형제의 참전용사 동료들은 이 합장안장에 대한 모금운동까지 벌이게 되었다. 급기야 캐나다 정부까지 나서서 이 합장문제에 대해 한국정부와 협의하게 되어 결국 합장안장은 성사되게 되었다.

2012년 4월 25일, 부산 UN기념공원에서 캐나다 참전용사분들과 시민 수백명이 참가한 가운데 허시 형제 합장안장 기념식이 거행되었다.

허시 형제


사람의 생각을 대신해 주는 서비스는 언제 나올까?

    이미지 맵

    돌아라! 세상/Life 다른 글

    이전 글

    다음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