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에 유난히 많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후부터, 지갑은 얇아지고 더 만지고 싶은 키보드는 자꾸자꾸 생겨나고... 이런 과정속에서 드디어 종착역을 찾은 키보드가 있었다. 제닉스 STORMX TITAN(스톰엑스 타이탄)키보드였다. 이 키보드는 멤브레인 키보드다. 그전에 쓰던 덱헤슘프로 기계식 키보드와 볼텍스 기계식 키보드들을 써왔고 7천원짜리 LG ST-1100이란 키보드도 서브로 사용해 왔었다. 이건 일반 라이트 유저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이지만 저렴한 LG 멤브레인 키보드를 '키압개조'를 해줬더니 구름위를 걸어다니는 가벼운 키압을 가진 상당히 매력적인 물건으로 변신한 것을 보고 나서 멤브레인 키보드에 대한 애착이 강해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기계식 키보드같은 외관과 키높이를 가지면서 이중사출 키캡이라는 언빌리버블 사양에 LED까지 붙어있는 멤브레인 키보드인 제닉스 스톰엑스 타이탄 키보드를 구입하고 나서, 드디어 안착해야 할 곳을 찾은 느낌이 들었다.


제닉스 스톰엑스 타이탄 키보드::리뷰&개조기

틈새시장을 정확하게 타겟팅한 성공적인 사례


기존 저가형 멤브레인 키보드들의 문제점은 우선 눈으로 확연하게 발견할 수 있는 부분들이었다. 즉, 키캡의 내구성이 그 첫번째다. 기존 키보드들의 ABS 키캡들의 단점은 키캡에 새겨진 문자들이 좀 쓰다보면 ①때가 타거나, ②문자가 지워지거나, ③표면이 쉽게 맨들맨들해 진다는 것이었다. 블랙 색상의 키보드에 흰색의 글자가 새겨진 키캡은 쉽게 누렇게 때가 타기 시작하는데, 문제는 닦아도 쉬이 깨끗해지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꺼려하는 사람들은 반대로 흰색 키보드에 블랙 각인이 새겨진 제품들을 구매하지만, 흰색 키보드의 문제는 소위 '황변현상'이 잘 일어난다는 점이었다. 처음에 구입할 때에는 흰색이었지만 1년이상 쓰게 되면 하얀 키보드가 점점 누래지기 시작하고 급기야는 오줌색으로 변해버리는 것을 겪어본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그리고 키캡에 새겨진 글자들이 좀 오래 쓰다보면 지워지는 경우도 발생했는데 이런 점들의 대안으로는 기계식 키보드 등에만 적용되고 있는 '이중사출 PBT 키캡'정도 뿐이었다.

하지만 기계식 키보드는 제품 자체도 고가인데다가 이중사출 PBT키캡 가격만 해도 보통 5만원 정도로 부담스러운 가격이어서, 대다수의 일반 사용자가 구입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키보드에 약간의 식견이 있는 많은 소비자들은 키캡의 퀄리티나 내구성 때문만으로 기계식 키보드를 사기에는 부담스러웠고, 그렇다고 기존 멤브레인 키보드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가 흔하다.

제닉스 스톰엑스 타이탄 키보드는 멤브레인 키보드를 베이스로 하면서 이중사출 키캡이라는 무기를 장착했다. 물론 잘 닳지 않는 PBT키캡이 아니어서 좀 쓰다보면 맨들맨들해 지는 것을 어쩔 수 없는 것 같으나 키캡에 새겨진 글자가 닳아서 잘 보이지 않거나 할 걱정은 없어진 점이 정말 매력적이다. 게다가 색상도 그레이와 화이트 두 가지를 출시했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범위는 넓어졌다. (하지만 현재 화이트는 재고가 없었다.) 최근 제닉스에서는 이 타이탄 키보드가 인기가 많고 투톤 키캡(화이트 모델의 화이트 키캡과 그레이 모델의 그레이 키캡을 한 키보드에 섞어서 장착하는 것)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어서 그런지 키캡을 별도의 상품으로 판매할 계획이 있다고 한다. 물론 이 키보드의 키캡은 다른 일반 저가형 멤브레인 키보드의 키캡과 같이 쉽게 표면이 맨들맨들해지는 단점이 존재하는데, 이는 ABS 키캡의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아닐까 한다.


제닉스 STORMX TITAN 키보드 리뷰

이중사출 키캡, 비키(VIKI) 스타일, 키압과 키감에 대한 추천의견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후 인터넷으로 구입했다. 이번에 구입하면서 느낀 점은, 요즘 판매자들은 완충제 아끼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 같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부러 "안심포장"추가옵션(유료, +1000원)을 붙였는데도 싸구려 뾱뾱이 딱 한겹만 두르고 비닐봉다리에 넣어서 보내는 놈들을 겪고 나서는 혀를 내둘렀다. 키보드 등의 전자제품을 구매할 때에는 가격비교사이트에서 몇백원 더 싼 곳을 알아보는 것보다, 포장을 어떻게 해서 보내는 업체인지 알아보는 것이 정신적인 면에서 더 이익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여튼 분노의 구매기는 이쯤으로 해두고 제닉스 스톰엑스 타이탄 키보드를 계속 알아보겠다.



▲제닉스 스톰엑스 타이탄 키보드 박스


▲박스 개봉!!


▲키보드 외관


▲메탈 상판의 윗부분 (조금 날카로와서 조심해야..)


▲높이조절용 틸트


▲LED점등(화이트)

전반적인 키감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물론 이 제닉스 타이탄 모델을 기계식 키보드와 비슷하다 정도의 멘트를 구사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기계식 키보드와 멤브레인 키보드는 그 기믹이 확실히 다른 키보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기계식 키보드를 여러종 경험해 본 입장에서는 이 키보드는 기계식 키보드를 쓰던 사람이 멤브레인 키보드를 고른다면 만족할 만한 아이템이라는 것이다. 키압은 갈축보다는 아주 약간 더 세고 청축보다는 조금 낮은 듯 하다. 스펙에는 52±7g라고 되어 있는 것을 보아 이 표현은 대충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스페이스의 키압은 너무 높다!!! 스페이스 키의 스프링 2개를 빼내야 내가 원하는 스페이스 키감이 될 것 같았다.

키보드 자체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좋았다. 스틸 재질의 마감면은 고급스러웠고 깔끔했다. 하지만 메탈 상판 윗부분의 문양은 뭔가 뜬금없는 느낌도 있었다. 모서리는 약간 날카로와서 스치다가 손을 벨 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차후 개선판 바리에이션에서는 반드시 이 부분이 없어졌으면 한다. 높이 조절용 틸트는 1단틸트고 고무가 부착되지 않았지만, 키보드 자체의 무게가 1kg이 넘고 후면 아랫쪽에 두 개의 고무판이 있어서 사용상에 키보드가 잘 밀리거나 하는 증상은 없었다. LED는 7가지 색상(빨강, 파랑, 보라, 노랑, 초록, 하양, 파랑)이 가능한데 기능은 기본적으로 ON/OFF 기능이고 밝기는 3단계로 조절이 가능했고 숨쉬기 모드가 가능했다.

가장 기대했던 키캡은 전반적인 품질은 만족스러웠다. 이중사출 키캡이라 지워질 걱정은 하지 않지만, 이중사출 부분은 영문 부분이고 그 위에 작게 새겨진 한글 부분은 이중사출이 아닌 점은 약간 아쉬웠다. 하지만 이중사출로 생산하는 것이 간단한 공정이 아니라서 그 작은 한글 글씨까지 이중사출로 나오기를 바라는 것은 현실적인 한계가 있음이 느껴졌다. 하지만 몇몇 키캡들은 사출상의 문제인지 아래방향으로 번짐현상(?)이 관찰되었다.



▲이중사출 ABS 키캡 (색번짐?현상)


LED효과증대를 위한 삽질

개인적으로 잘 쓰지 않는 LED기능이지만 빛이 투과하는 방향이 키보드를 사용하는 사람의 눈의 방향과 약간 상이해서 F1~F12의 키와 숫자키(알파벳 윗부분) 등의 위쪽의 키들은 LED의 밝기가 상대적으로 어두워보이는 현상이 나타났다. 바로 위에서 보면 불빛이 보이지만 경사방향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증상을 해결해 보기 위해 잔머리를 굴려보다가, 키캡 안쪽에 은박테이프를 붙여서 본체쪽에서 올라오는 빛의 반사율을 높이면 좀 좋아지지 않을까 하여 싱크개 개수구 막는 용도로 쓰는 은박테이프를 이용해서 F1키캡의 안쪽 네 면에 붙여보았다.


▲F1키 안에 은박테이프를 붙여보다

결과는 실패였다. 전혀 호전되지 않았다. 그래서 사진도 생략하였다;;



멤브레인 개조::키압 강하

이전에 LG ST-1100키보드의 멤브레인을 개조해서 엄청난 키압강하효과를 경험했던 터라, 이번 제닉스 타이탄 키보드에도 멤브레인 수정작업을 실시하였다. 멤브레인을 뚫을 때 손톱깎이를 쓸까 아니면 프라모델용 정밀 니퍼를 이용할까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파지가 월등히 쉽고 그만큼 작업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니퍼를 이용해 보기로 하고 일명 "타미야 금딱지 니퍼"를 사용했다. 그 전에 키보드의 분해가 필요한데 분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분해하는 김에 스페이스 키에 장착되어 있는 두 개의 스프링도 제거해서 키압을 낮추기로 계획했다.


▲키보드 뒷판


▲볼트는 거의 다 같은 규격


▲스티커에 가려져 있는 두 개의 나사


▲접지고정용 나사 한 개를 풀면 해체가능


▲회로기판 및 러버돔 접점부분까지 다 해체


▲스페이스키와 체결되어 있는 나사


▲스테빌라이저 철심을 키캡과 분리


▲스페이스 키의 스프링을 제거

스페이스 키는 안쪽에서 나가 두 개만 제거해두면 조립 후에 일반 키 처럼 키캡을 뽑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때 스테빌라이저 철심 끝부분을 미리 키캡에서 분리해 두면 수월하다.


▲손톱깎이로 할까 금딱지 니퍼로 할까


▲손톱깎이로 테스트 해본 멤브레인 개수


▲금딱지 니퍼로 테스트 해본 멤브레인 개수

멤브레인 개수는 금딱지 니퍼로 러버돔 개소당 8개의 구멍(이 아니라 절단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나으려나..)을 추가해 줌으로써 키압개선을 구현했다. 결과는 역시 성공적이었다. 원래 그대로의 키압과 키감도 상당히 만족스러웠지만 나는 손가락 관절중 하나의 건강상태가 좋은 편이 아니라서 나에게만 필요한 "작은 키압"이 필요했고 작업후의 키압과 키감도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손이 약한 여성분들도 키압이 낮은 키보드를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반 행정직 여성분들은 보통 키압이 낮은 키보드를 손이 편한 키보드로 인식하고 있으므로 이런 멤브레인 개수작업을 거친 키보드에 대한 인식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보통은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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