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 컴퓨터 Gtune M400 마우스 후기

캐드를 자주 하는 직종에서 마우스는 마치 신체의 일부처럼 중요한 도구이다. 물론 도면작업 뿐만 아니라 PC를 이용해서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대부분에게 마우스는 업무의 효율에 영향을 끼치는 존재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약 10년 전 내가 종사하는 업계에서는 전설의 마우스로 불렸던 모델이 있었다. Microsoft Wheel IntelliMouse라는 제품인데 이 제품이 쓰는 사람마다 대만족했던 이유는, 버튼 클릭감이 아주 가벼웠고(적은 압력에도 클릭되어 손가락에 무리가 가지 않았다.) 제품 무게가 가벼우면서도 글라이딩이 과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캐드작업 종사자들에게 감동을 준 결정적인 이유는 휠버튼 클릭감이 다른 마우스들에 비해 가벼웠기 때문이다. 캐드에서는 Pan이라는 기능을 매우 자주 이용한다. 2차원 시점을 이동시키는 기능인데 이 기능은 마우스의 휠버튼을 누른채로 마우스를 이동시켜야 했다. 따라서 이 Pan기능때문에 손가락이 받아야 하는 부담은 무시할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Microsoft Whell IntelliMouse의 가벼운 휠버튼 클릭감은 캐드 종사자들에게는 만족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그 외에 사이드버튼 두 개가 마우스 좌 우측에 나뉘어져 있어서 사이드버튼을 잘못 누를까 조심해야 할 필요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써왔던 많은 마우스들 중의 최고는 Microsoft Wheel IntelliMouse였다.

Microsoft Wheel IntelliMouse
▲전설의 Microsoft Wheel IntelliMouse

물론 지금은 그 마우스는 단종되었고, 가끔 시중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은 짝퉁제품들 뿐이다. 메이저급 브랜드의 마우스는 짝퉁이 생각보다 심각하게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 오죽하면 미국 아마존에서 파는 해당 제품도 짝퉁이었다는 댓글을 심심치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을 겪은 후 나는 다시한번 Microsoft Wheel IntelliMouse같은 제품을 발견한다면 대여섯개 정도 사두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 이후 아직 그만한 제품을 발견하지 못했다.


한성컴퓨터 Gtune M400 마우스 사용기


인터넷 쇼핑몰 대탐험을 즐기던 도중, 한성컴퓨터에서 나온 Gtune M400이라는 마우스를 발견하고는 첫눈에 (그 외모에) 반해버렸다. 모양도 예쁘고 색상도 괜찮고 자세히 보니 선도 패브릭 케이블이라서 사용이 편할 것 같았다. 물론 가장 중요한 클릭감에 대한 후기는 아직 다나와 등에 올라와 있지 않아 반신반의하면서 구입해 보았다.

한성 M400 마우스
▲한성컴퓨터 Gtune M400 마우스

유니콘 건담
▲왠지 유니콘 건담이 오버랩되고 있다.


외관

배송이 도착했는데 박스에 담겨져 있지 않고 비닐봉투(?)에 넣은 채로 배송되었다. 박스값 몇백원 아끼려고 요즘 택배 회사들 얼마나 험하게 던지는데 이따위로 배송을 시키냐라는 탄식과 함께 내용물을 꺼내보았다. 더 놀라운 사실은 본체 패키지가 밀봉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원래 그냥 플라스틱 꽉이 열리고 닫힐 수 있게 되어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하지 않나 싶었다. 정식 패키지가 밀봉이 아니라니... 이정도라면 얼마든지 내용물을 교체하고 닫을 수 있다.

외관은 예상대로 괜찮았다. 마우스가 무슨 외관이 필요있으랴마는, 그래도 예쁜 것이 정이 더 가기 마련이다. 물론 동작이나 성능이 마음에 들었을 때라는 조건이 붙겠지만.

비닐봉지에 담아 보냄
▲박스에라도 넣어보내지....

패키지 사진
▲패키지 외관

밀봉이 되어있지 않다
▲정식 패키지인데 밀봉조차 되어 있지 않다니!


클릭감

한 마디로 실망이다. 이건 좀 아니다 싶다. 이건 '베타 테스터용 시제품' 정도다. 경쾌하고 가벼운 클릭감은 옴론스위치만 달았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최초 상태에서 클릭이 날 때까지의 버튼표면의 "변위"가 너무 컸다. 즉, 클릭을 위해서 조금 더 많이 눌러야 한다는 뜻이다. 가벼운 클릭감의 완성은 좋은 스위치도 써야 하겠지만 클릭시 필요한 버튼의 변위도 최소화시켜야 한다. 하지만 한성 M400 마우스는 안타깝게도 경쾌하고 가볍고 효율적인 클릭감을 가지지 못한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옴론 스위치를 썼을 때 이 정도까지 눌러야 클릭된다는 것은 스위치에 버튼 하단이 닿아 스위치에 힘이 들어가기 직전까지 불필요한 힘을 낭비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이드 버튼은 그 상황이 더 심했다. 아주 꾸욱 눌러줘야 클릭되는데 그 때 힘도 많이 들어간다. 클릭시 소음도 신경쓰일 정도로 큰 편이다. 사이드 버튼 두 개의 위치도 애매해서 보통 뒤쪽의 버튼을 자주 사용하는데 뒤쪽 사이드 버튼을 누르려다가 앞쪽이 눌리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다른 마우스들은 뒤쪽 사이드 버튼을 누르려고 할 때 엄지 손가락을 구부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클릭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 버튼을 자주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성 M400 마우스의 뒤쪽 사이드 버튼(주로 뒤로가기 용도로 쓰인다.)을 누르기 위해서는 엄지손가락을 구부려야 한다. 나는 손이 아주 작은 편인데도 이정도이니 보통 남자의 손 크기라면 좀 불편하지 않을 까 싶다.

가장 쇼킹했던 것은 바로 휠버튼이다. 이거 비슷한 휠버튼 클릭감을 예전에 경험한 적이 있었다. LG XM-1600 마우스이다. 가격이 착하고 사이드 버튼이 있어서 구매했다가 휠버튼 클릭이 너무 힘들어서 분해해 봤는데, 휠버튼이 장착된 구조가 아주 엽기적이었다. 한쪽에 가이드가 휠버튼을 고정하고 있고 휠버튼을 누르게 되면 마치 Cantilever구조로 (휠버튼이 아래로 내려가서 클릭되는 게 아니라, 한쪽면은 고정되어 있고 다른쪽은 아무것도 없어서 휠버튼을 기울이면서 클릭되는 구조) 되어있어서 극악의 클릭감을 자랑했었다. 그 LG XM-1600 마우스는 분해한 후 다시 조립하지 않고 쓰레기통에 쳐넣었었다.

LG 극악의 휠 마우스
▲극악의 휠을 자랑했던 LG XM-1600 마우스

한성 M400 마우스의 휠버튼도 비슷한 구조가 아닌가 의심되었다. 클릭시 분명히 오른쪽으로 휠버튼이 기울어지면서 클릭되는 느낌이었다. 즉, 휠버튼 왼쪽에 가이드가 있고 그 구멍에 휠버튼이 끼워져 있으며 오른쪽이 Free하기 때문에 오른쪽으로 기울어내려가면서 아래의 스위치를 클릭하는 방식이 아닐까 추정되었다. 그래서 분해를 해 보았더니 역시 LG XM-1600과 똑같은 구조였다. 그 휠방식은 정말 피해야 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한성컴퓨터에서 그렇게까지는 몰랐을 수 있다. 하지만 기왕 이렇게 예쁘게 나올 마우스 였으면 좀 더 많은 테스트와 조사를 해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합리적 가격에 가볍고 경쾌한 클릭감을 가진 최고의 마우스"로 출시해 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정말 많이 남는다.

분해한 한성 m400 마우스


글라이딩

작동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하기가 싫어졌다. 클릭감때문에 이미 급실망하여 이 마우스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라이딩에 대해서 짚을 부분이 있다. 나는 현재 스카이디지털 Npad라는 마우스패드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 패드는 글라이딩이 좋기 때문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한성 M400 마우스를 움직여보니 글라이딩에 좋은 마우스 패드 위인데도 불구하고 글라이딩이 생각보다 부드럽지 못하였다. 물론 글라이딩이 좋지 않더라도 스톱감이 좋은 마우스를 선호하는 사용자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문서작업이나 캐드작업에서는 아무래도 글라이딩이 좋은 마우스가 손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사실이다. 글라이딩이냐 스톱감이냐는 각자의 선호대상일 뿐, 일단 글라이딩이 예상보다 덜한 원인을 찾아보았더니 글라이딩 패치에서 찾을 수 있었다.

글라이딩 패치
▲빨간 선부분이 가장 돌출되어 있는 라인이다.


한성 M400 마우스의 전방 글라이드 패치를 보니 선형으로 튀어나오게 굴곡이 져 있었다. 후방 글라이드 패치도 약간 굴곡이 져 있었다. 즉, "면접촉"이라기 보다 "선접촉"을 계획한 듯 했다. 하지만 마우스 무게가 동일 할 경우 아무래도 글라이드 패치와 마우스 패드의 접촉면이 넓어야 부드럽게 움직이지 않을까 싶다. 그 근거로 나는 예전부터 마우스 글라이드 패치가 닳아버리면 ASF-110FR 테프론 테이프를 마우스 바닥에 붙여서 글라이딩감을 살려왔다. 이 때 붙이는 테이프의 편평한 면적이 적을 수록 글라이딩은 부드럽지 못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다. 따라서 한성 M400 마우스 글라이드 패치도 튀어나오게 굴곡을 주는 것이 아니라 편평하게 만들었으면 움직임이 한결 수월해 졌을 것이다.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결론

한성 M400 마우스는 클릭감이 무겁고, 휠버튼 클릭에 힘이 비교적 많이 들어가며, 사이드버튼이 있으나 주로 쓰는 '뒤로가기'를 클릭하기 위해서는 엄지손가락을 구부린채 클릭해야 하고, 글라이드가 아주 부드러운 편은 아니었다. 캐드작업 종사자는 특히 휠버튼 때문에 이 마우스는 적절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한성 M400 마우스가 어울리는 분야도 있다. 바로 주식 시장이다. 주식 투자나 주식관련 업무로 하루종일 PC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에게는 실수로 마우스 클릭 한번 잘못했다가는 거액의 금액이 손해를 보는 위험속에서 살고 있다. 이런 경우에는 너무 쉽게 클릭되지 않고 스톱감이 좋은 마우스가 좋다고 한다. (실제 주식 관계자에게 들은 내용임.) 아마 일반적인 금융분야에서도 다르지 않은 환경이 아닐까 한다. 한성 M400 마우스는 그런 업종에 추천되는 마우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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