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약 챔픽스 :: 짧지만 긴 복용기

"흡연은 질병입니다." 이라는 광고카피가 기억에 남아 있었던 것인지, 금연 상담을 위해 근처의 개인병원을 내원했었다. 그전에 금연시도를 위해 보건소에 있는 금연클리닉에서 상담을 받은 적이 있었던 차라, 처방약을 제외하고는 문진같은 경우는 그다지 큰 차이가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쇼킹했던 것은 바로 그 처방약 챔픽스였다. 금연 효과만으로 보면 챔픽스만한 경구약이 없겠지만, 나에게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수면장애, 악몽, 메스꺼움 등등의 잘 알려진 부작용 외에도 여드름처럼 보이지만 나에게는 훨씬 더 지독했던 피부질환까지 찾아왔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현재 담배를 피지 않고 있고 이는 챔픽스의 덕분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이 글을 등록한 날짜 기준으로 금연한지 채 2달이 되지 않았지만, 내가 체험한 챔픽스 복용에 대한 끄적임을 남겨 본다. 만약 금연에 실패한다면 그 즉시 이 글을 삭제해버리겠시먀!



금연약 챔픽스 :: 순기능이 강력한 금연 치료제

금연효과는 탁월하지만 부작용에 주의를


2015년 7월 15일

금연을 시도하기로 하고 동네 의원에서 챔픽스를 처방받다.

상담 중에 알게 된 거지만, 챔픽스 처방 내역이 전산에 남는 모양 (당연한건가...?). 의사분께서 처음 처방받는 거냐고 물어봄. 확인되지 않았지만 몇 개월 전부터 챔픽스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되어 환자가 부담하는 약값이 줄어들면서, 챔픽스를 처방받는 것을 남발하여 음지로 챔픽스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개인별로 챔픽스 처방에 대한 기록과 제한이 있는 듯함.

원래 7월 말부터 시작하려 했으나, 조금 더 피고 싶은...?? 스트레스 받는 일들이 있는 시기를 피해 8월 말부터 시작하기로 함.

챔픽스는 의사 상담후에 처방받는 것이고 개인마다 그 용량이 다를 수 있을 지 모르겠으나, 나의 경우 최초 처방을 0.5mg 11정 포장된 챔픽스를 처방받음.

1일째 0.5mg 1정
2일째 0.5mg 1정
3일째 0.5mg 1정
4일째 0.5mg 2정
5일째 0.5mg 2정
6일째 0.5mg 2정
7일째 0.5mg 2정

이렇게 일주일 분량이 11정들이 1개이다.

챔픽스 측에서 작성한 홍보물에는 첫 주에는 위와 같이 복용하고, 둘째주부터는 1mg짜리를 하루에 두 번 복용한다고 나와있음. 그리고 기간은 최소 12주 동안 복용하고, 권장기간은 24주임.

제약회사 측에서는 환자들이 이 약을 많이 오래 복용해주면 이익인 것이니 이렇게 표시하지 않았나 싶음. 하지만 달리 복용기간을 제시하는 지침같은 것은 없으니... 게다가 의사분도 그냥 챔픽스의 내용을 그대로 읊어주는 것 뿐... 여하튼 12주 복용해 보기로 함.



2015년 8월 22일 

저녁 8시 챔픽스 복용 시작 0.5mg 1알 복용

복용 30분후 쯤 부터 약간의 두통이 생김. 두통이 심해질까봐 억지로 잠을 청해 보았지만 쉽게 잠이 들지 않았음.

약의 첨부문서를 읽어보니 부작용 중 하나로 '두통'이 명시되어 있었음. 그외의 부작용으로는 "나쁜 꿈", "불면증", "오심(메스꺼움)" 등등이 있었다. 이거 먹어도 되는 거 맞나.....;;

밤 11시 쯤에 핀 담배... 흡연이 그다지 역겹거나 그런 느낌 없음.


8월 23일 

오후 4시 0.5mg 1알 복용

역시 복용 30분쯤 후부터 약간의 두통이 생김. 그래서 두통을 잊기 위해 "이때를 위해" 미리 사놓은 소고기를 이용해 규동을 만들어 먹음. 다행이 간도 적당하고 고기도 괜찮아서 맛있었다. (응?...;;) 덕분에 두통이 조금 사그러듦. (두통이 생길 때 과자류, 빵류, 단 것 등은 피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경험상...)

그리고 코쪽이 마치 감기초기에 걸린 것처럼 약간 찡한 느낌이 난다. 에어컨+선풍기 때문인가... 챔픽스 먹기 전까지는 그런 증상이 없었는데... 하지만 기침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진짜 담배가 꺼려질까...하는 의구심"이 신경쓰여서 그런지, 아주 약간 담배의 끝맛이 쓰게 느껴진다. 하지만 흡연자체가 싫어질 정도는 아니고 아주 약간 신경쓰이는 정도...? 즉, 흡연욕구가 줄거나 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그 전에 비해 하루에 피는 담배의 수가 줄거나 하지 않음.

이거 쓰다보니 왠지 게임 "데드 스페이스"나 "바이오 쇼크"시리즈에 나오는 음성기록장치 재생하는 어투가 되어가고 있다... (NICOLE IS DEAD)


8월 24일 

오후 3시 0.5mg 1알 복용

복용 첫째날, 둘째날에 느껴지던 두통의 정도가 좀 줄어듦. 몸이 약에 적응하는 중인 듯.

흡연에 대한 느낌의 변화는 별로 없음.


8월 25일

오전 10시 0.5mg 1알 복용 오후 5시 0.5mg 1알 복용

슬슬 챔픽스의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기 시작.

챔픽스를 먹어보기로 한 이유는 챔픽스를 먹으면 담배가 역겨워 지고 그 때문에 자연히 금연하게 될 것 같은 예상때문이었음. 즉, 금연의 결정적 역할을 챔픽스가 하리라 기대했기 때문.

하지만 결국 금연의 결정적인 계기는 본인 스스로의 각오와 의지이어야 하고, 챔픽스 금연약은 단지 보조도구일 수 밖에 없지 않을까하는 실망감이 슬슬 생기기 시작함.

챔픽스에게 너무 많은 걸 기대했나.... 

(한 일주일 뒤에 이는 기우였다는 걸 알게 됨. 메스꺼워서 담배 피기가 힘들게 되버림.효과는 컸다!!)



8월 28일

복용시작 1주일이 끝나는 날이다.

병원에 가서 다음 약을 처방받으려고 하니 1차 치료중단처리가 되어버렸다고 함. 1차는 뭐고, 치료중단처리는 또 뭐지??? 알아보니 챔픽스 금연약은 원래 상당히 비싼 약인데 정부의 금연유도 차원에서 2015년 상반기부터 건강보험적용을 확대실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비싼 약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점을 악용하여 부정하게 챔픽스 금연약을 처방받아 그 약을 암거래하는 등등의 부작용이 생길까봐 그런지, 흡연자가 금연상담을 병원에서 하고 처방을 받아 약을 타는 순간부터 건강보험에 기록이 되고 관리가 들어가는 시스템이었음. 즉, 처음 병원에 가서 처방전을 받고 약국에서 약을 타는 순간부터 "금연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것이고, 다음 병원에 가는 날짜도 반드시 잘 지켜야 하고 뭐 그런식이었음.

그런 식으로 관리를 하니 금연시도하는 환자(?)가 금연약을 계속 꾸준히 잘 복용하는 지 관리가 필요했던 거고, 총 두 번의 기회가 있는 듯 한데 (1년에 2회의 기회인지 평생 2회의 기회인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음.) 첫 번째 기회(1차)가 실패로 종료되면 두 번째 기회(2차)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는데 병원 상담료가 오르게 되고 약을 건강보험 적용받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마지막 한 번으로 줄어들게 된다고 함. 그래서 1차 치료중단 처리가 되어 버리면 마지막 2차로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임.

어쨌든 나는 1차 치료 중단이 되어버려서 남은 기회는 1번 뿐... 그런데 의사가 사용하는 전산시스템이 너무 복잡해서 의사도 잘 모름... 약 처방받으려면 2차치료로 입력해야 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1차 치료 포기로 등록하고 2차치료로 해서 약 처방받음..

사실상 약을 중단한 적이 없는데 치료 중단이 되어버린 것에 대해 심히 억울...

억울한 생각이 든다는 건 1차에 실패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 뜻이 되니까 스스로 결단력의 부족을 통감하게 되게도 함..

하지만 왠지 찜찜한 기분에 건강보험공단에 전화를 걸어서 아래와 같이 문의를 했다.

"최초 병원에 가서 상담받았을 때, 금연약은 중간에 중단하거나 하면 안되는 거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처방받은 그 날 금연을 시작하지 못하고 스트레스가 몰리는 업무가 끝나고 어느정도 심적 준비가 된 시점부터 금연약 챔픽스 복용을 시작했는데, 그 시점이 처음 약을 처방받은 날로부터 한 달이상이 지나버렸다..... 하지만 일주일동안 한번도 거르지 않고 제대로 금연약을 먹었고 다음 약을 처방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는데 1차 치료중단으로 밖에 처리가 안된다고 하더라... 사실상 금연약 복용중 중단한 적이 없는데도 치료중단으로 전산에 등록될 수 밖에 없다고 하는데 이건 좀 무리가 아닌가 하고, 2차 치료가 아니라 1차 치료가 계속 되고 있는 것으로 반영해 줄 수는 없겠는지...."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건강보험공단에서는 나같은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전산입력된 부분을 수정해서 1차 치료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변경해 주었다. 물론 병원에 다시 가서 새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 전달해주는 수고가 추가되었으나 그정도야 뭐....



9월 초

금연약 챔픽스의 우월성을 몸소 체험하게 되다.

평소 옥상에 올라가서 담배를 피는데, 이제는 옥상에 올라가면서 입에서 한탄이 절로 나옴. "아~ 이걸 왜 필려고 내가 옥상까지 올라가는거야...쯧"

그리고 담배를 피고 나면 더 큰 한탄과 우웩소리(?)가 절로 나옴. "우욱~!! 내가 이걸 왜 필려고 옥상까지 걸어 올라오냐~~!!!!"

담배를 피고 나면 그 "우웩"으로 대변할 수 있는 메스꺼움의 정도가 약 30분이상 유지되어서 진짜 입에서 욕이 나오게 된다. 

이걸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다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었다. 회사에서 회식을 가서 소주를 너무 많이 마시고 노래방에 가서 줄담배를 한 5개비를 피웠다고 치자. 담배 한 대만 더 피우면 바로 구토를 할 것 같은 그 시점의 느낌!! 그 느낌에서 "술 취한 부분"을 빼면 챔픽스의 진짜 효과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문제는 챔픽스 복용 2주차 부터 생업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메스꺼워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좀 지나면 점점 괜찮아지지만.

하여튼 챔픽스의 순기능은 대단했다.



9월 6일쯤부터 팔의 안쪽, 허벅지, 발목 등에서 마치 무슨 개미 물린 자국같은 여드름(?)들이 나기 시작함. 속도는 자고 일어나면 두어개씩 새로 생겨나 있음.

덕분에 진드기 때문인 줄 알고 침구류 며칠동안 세탁하고 진드기 살충제로 온 집안을 살균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계피를 벌크로 사다가 가구 사이사이 틈에 하나씩 집어놔주고 각종 서랍마다 계피로 중무장을 시킴.

하지만 집진드기는 사람을 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됨...;

다른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하는 일은 하지 않았는데 마치 벌레물린 것 처럼 뾰루지가 계속 생겨남. 문제는 보통 뾰루지는 빨개져서 고름같은 염증이 조금 숙성되면 터지고 약바르면 되는데, 이번 증상은 빨개지는 데 그 빨개짐이 변하질 않음.


▲ 저 빨간 자국이 그 문제의 피부질환의 초기상태. 그 왼쪽의 자국도 같은 질환이었는데 빨간약을 며칠 동안 발라 겨우 그 곳만 진정됨. 얼굴,쇄골,허벅지 등에도 다수 발생.



▲ 챔픽스를 끊고 약 열흘이 지난 후 겨우 가라앉기 시작하지만 흉터가 제대로 잡힘.


9월 10일쯤에 챔픽스 부작용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고 근처 피부과 의원을 찾아가서 상담해 본 결과 챔픽스의 부작용 중 하나일 가능성이 있다고 하시고 챔픽스를 끊고 며칠 지나보면 여부가 확인될 거라고 하심. 하지만 어렵게 끊고 있는 담배를 챔픽스 복용 중단으로 인해 다시 피면 안될 것 같은 심적 중압감이 생김. 결국 거울보고 챔픽스를 당분간 끊기로 결정함. 그정도로 특히 입술 바로 아래 부위 등 얼굴에서도 좀 약한 부위에서 여드름 같은 발진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걸 더이상 놔둘 수는 없었음.

그래서 챔픽스를 끊었다.

내 경우과 비슷한 사례를 구글링을 통해 검색해 보았는데, http://www.jtad.org/2015/3/jtad1593c2.pdf

jtad1593c2.pdf

에서 비슷한 증상에 대한 보고서를 찾을 수 있었다. 해당 보고서에는 약간 심한 경우의 환자 사진이 들어있는데 약간 혐오스러울 수 있으니 주의. 나는 이 증상에 대해 일찍 알게 되어 챔픽스를 끊었지만, 그 보고서에 있는 환자의 경우 챔픽스(Varenicline Tartrate)를 2달 복용했던 경우이다.



9월 23일 

챔픽스 약을 끊은지 12일째. 문제의 피부질환은 확산속도가 둔화되고 있고(끊자 마자 하나도 안생기는 게 아니라 하루에 두어개씩 나던게 끊고 나서 5일쯤 지나니까 1개 열흘쯤 지나니까 2~3일에 1개 정도로 속도가 둔화됨), 뾰루지들은 거무튀튀한 흉터로 변하고 있음. 하지만 그 흉터들은 쉽사리 없어질 것 같지 않다. 일반 여드름이나 피지염증으로 인한 흉터와는 아예 다르다. 안타깝지만 더이상 확산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길 수 밖에.

사실 챔픽스의 부작용들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수면장애, 악몽이며 이는 나도 충분히 겪어왔다. 아무리 밤 12시에 자려고 해도 잠이 잘 들질 않고, 어렵게 잠이 들어도 악몽에 자주 시달렸다. 꿈 속에서 내가 원하지 않는 모든 시나리오가 전개되는 컬트 영화같은 느낌이랄까. 예를 들면 뒤에서 개가 쫓아오고 내가 도망을 열심히 치다가 "혹시 쫓아오는 개가 한 10마리로 늘어난 건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뒤를 돌아보면 개가 한 10마리 이상 쫓아오고 있고, 도망치고 있다가 "혹시 이 앞이 절벽이면 어떻하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바로 절벽에 다다르고.... 뭐 이런 식이었다.

하지만 마치 "작은 벌레에게 물린 여드름"처럼 보이는 피부발진은 챔픽스 약 설명서에 있는 부작용 표에서 보면 흔한 경우가 아니었지만, 나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되어 버렸고, 어짜피 부작용은 확률이니 챔픽스 약 설명서에 있는 부작용 표의 확률을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사유로,현재 챔픽스를 끊은 상태이지만 담배도 더이상 피지 않고 있다.

이제껏 챔픽스를 복용했기 때문에 담배를 피우지 않을 수 있었지만, 챔픽스를 끊었다고 해서 흡연욕구가 되살아나지는 않았다. 그런 이유에서 챔픽스는 나에게 금연을 선물해준 고마운 존재였다. 하지만 부작용에 대해서는 여러가지로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었음은 틀림없었다.



2016년 1월 14일 UPDATE 

현재에도 여전히 담배를 피지 않고 있다. 이정도면 금연성공이라도 봐야 할 듯. 옆에서 누가 담배를 펴도 전혀 피고 싶지 않다. 오히려 옆에서 담배피는 사람의 싸다구를 한대 날려주고 싶어진다.^^

사람의 생각을 대신해 주는 서비스는 언제 나올까?

    이미지 맵

    돌아라! 세상/Health 다른 글

    이전 글

    다음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