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없는 시멘트는 단 하나?

[최병성리포트] 주거시설 위협하는 독성 시멘트... 등급제로 국민 건강 지켜야

 

 산봉우리가 사라지고 급경사면에 특이한 문양이 만들어졌다. ⓒ 최병성

 
외계인이 다녀간 것일까? 높은 산봉우리에 독특한 문양이 그려져 있다.

이곳은 강원도 영월에 있는 시멘트용 석회석을 캐내는 광산이다. 산봉우리가 사라졌다. 급경사면에 돌을 가득 실은 덤프트럭들이 오르내리는 길을 낸 덕에 다른 광산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모습이 되었다.
  

 산업 폐기물을 실은 차량들이 줄줄이 시멘트공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 최병성

 
산업쓰레기를 가득 실은 녹색 차량들이 줄지어 공장 안으로 들어간다. 입구에 'SS양회'라고 쓰여 있다. SS양회는 쓰레기 소각장이 아니다. 국내 최대 시멘트공장 중 하나다. 시멘트는 석회석으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었다.
  

 시멘트공장 안에 있는 쓰레기 저장 창고다. 쓰레기를 실어 온 대형 트럭들이 쓰레기 하역을 위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 최병성

 
충북 제천에 있는 또 다른 시멘트공장. 공장 안 창고 입구에 쓰레기를 실은 대형트럭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차례대로 창고 안에 쓰레기를 하역하고 나온다.

쓰레기를 실은 대형 트럭들이 들어간 창고 안엔 거대한 쓰레기 더미들이 곳곳에 산을 이루고 있었다. 이 모든 쓰레기로 시멘트가 만들어진다.
 

 대형 창고 안에 온갖 쓰레기들이 산을 이루고 있다. ⓒ 최병성

 
발암물질 없는 유일한 시멘트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시멘트공장들은 석회석뿐만 아니라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든다. 그 결과 시멘트 안에 인체에 유해한 발암물질과 중금속이 다량 함유된다.


그런데 대한민국에 발암물질 없고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도 거의 없는 시멘트 제품이 있다. 이 정도 품질이라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한국시멘트협회 홈페이지 회원사 명단에는 삼표시멘트, 쌍용C&E, 한일시멘트, 한일현대시멘트, 아세아시멘트, 성신양회, 한라시멘트, 한국C&T, 유니온시멘트가 올라 있다.

이중 발암물질이 없는 시멘트를 생산하는 회사가 딱 하나 있는데, 유니온시멘트다. 놀라운 것은 발암물질인 6가크롬만 없는 게 아니라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도 거의 없거나 다른 시멘트회사보다 적다는 점이다.

사실 확인을 위해 시멘트를 분석해보았다. 쓰레기 차량이 줄줄이 들어가던 SS양회 시멘트와 유니온시멘트를 국내 최고수준의 공인 분석기관인 세라믹기술원에 의뢰했다.
 

 시멘트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했다. 결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유니온시멘트에는 발암물질이 없었다. ⓒ 최병성

 
분석 결과, 시멘트 안의 발암물질과 중금속 차이가 확실했다. 유니온시멘트는 발암물질인 6가크롬이 '불검출'이었다. '불검출'은 '발암물질이 없다'는 뜻과 같다. 그러나 SS양회 시멘트에서는 6가크롬이 15.3ppm 나왔다.

분석 내용 중 중금속 크롬(Cr)을 비교해보면 발암물질의 차이가 나는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유니온시멘트 제품 중에 크롬은 5.71ppm에 불과하지만, SS양회 시멘트 제품은 크롬이 무려 46.5ppm이었다.

시멘트 안에 있는 크롬은 발암물질인 6가크롬으로 전환된다. 일본의 경우 크롬의 6가크롬 전환율이 10~15%에 불과하지만 한국은 일본의 두 배인 20~30%에 이른다. 때문에 크롬이 5.71ppm에 불과한 유니온시멘트에서는 발암물질이 검출되지 않고, SS양회 시멘트에서는 6가크롬 전환율이 30%가 조금 넘는 15.3ppm이 검출된 것이다.

인체 유해 중금속인 구리(Cu) 역시 유니온시멘트에서는 불검출이다. 그러나 SS양회 시멘트에서는 무려 104ppm이나 검출되었다.

환경부도 국립환경과학원을 통해 매달 국내 모든 시멘트 제품을 분석해서 발표한다. 역시 결과는 동일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등록된 국내 모든 시멘트회사의 시멘트에는 발암물질 6가크롬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서도 유일하게 유니온시멘트만 발암물질 '불검출'이다. 인체유해 중금속 역시 유니온시멘트와 다른 시멘트공장 제품들과 차이가 크다.
 

 국립환경과학원 조사 결과 역시 유니온시멘트에서만 발암물질 6가크롬 불검출이다. ⓒ 국립환경과학원

  
국립환경과학원의 발표에서 특이한 점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유니온시멘트에서는 발암물질이 언제나 '불검출'인데 반해, 다른 시멘트회사의 제품에서는 매달 발암물질 수치가 다르다. 시멘트에 그날 어떤 쓰레기를 넣었느냐에 따라 매일매일 시멘트 성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기술' 아니라 '쓰레기'의 차이

왜 유니온시멘트에만 발암물질이 없는 것일까? 유니온시멘트가 다른 시멘트공장들 보다 시멘트 생산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일까?

아니다. 시멘트의 발암물질과 중금속은 기술력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기술의 차이'가 아니라 시멘트 제조 시에 넣는 '쓰레기 사용량'의 차이일 뿐이다.

최근 쌍용C&E로 개명한 쌍용양회 공장 정문 앞에 '경축~ 쌍용양회 폐기물 소각 전국 1위'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쌍용양회의 쓰레기 소각으로 인한 악취와 분진에 시달리는 주민들이 붙여 놓았던 현수막이다.
  

 시멘트 제조 공장인 쌍용양회의 폐기물 소각을 지적하는 주민들의 플래카드. ⓒ 최병성

 
시멘트공장은 쓰레기 소각이 아니라 시멘트 생산을 위해 지어진 공장이다. 시멘트 소성로의 온도가 높을 뿐 환경오염 저감 시설이 불완전하다. 당연히 시멘트공장 주변 마을은 환경오염에 시달리고, 시멘트엔 발암물질과 중금속 비율이 높아진다.

폐타이어, 폐플라스틱, 폐합성수지, 폐비닐, 폐유 등의 가연성 쓰레기들을 비롯해 석탄재, 하수슬러지, 각종 공장의 오니, 소각재, 분진 등 비가연성 쓰레기까지 시멘트공장에 들어와 시멘트 제조에 사용된다. 이제 국민들은 내가 살아가는 집이 어떤 쓰레기들로 만들어졌는지 그 진실을 알아야 한다.

집을 짓는 데 사용되는 시멘트가 정말 쓰레기로 만들어지는지 시멘트공장에 반입되는 쓰레기 목록을 함께 살펴보자. 강원도 영월에 있는 현대한일시멘트공장에 반입되는 쓰레기 전체 목록을 입수했다. 총 173개의 각종 공장에서 다양한 종류의 쓰레기들이 영월의 시멘트공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이는 시멘트공장의 규모와 생산량에 따라 반입량에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시멘트공장이 동일하다.
  

 1번부터 173번에 이르는 HDHI시멘트 반입 쓰레기 목록. ⓒ HDHI시멘트

 
환경부에 보고된 유니온시멘트 쓰레기 반입목록도 입수했다. 도자기 제조업체에서 발생한 도자기 제조용 틀과 정유회사에서 발생한 폐촉매, 타일공장의 오니, 유니온시멘트 공장 자체에서 발생한 폐내화물 정도다. 시멘트에 사용하는 쓰레기 종류도, 사용량도 적다.
  

 유니온시멘트의 쓰레기 사용 목록. 쓰레기 종류도 사용량도 적다. 유니온시멘트에 발암물질이 적은 이유다. ⓒ 환경부

 
32평에 150만원에 불과하다

시멘트에 쓰레기를 넣지 않으면, 발암물질 없는 안전한 시멘트로 우리 가족이 살아가는 건강한 집을 지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비싼 돈을 지불하면서도 발암물질과 중금속으로 가득한 시멘트로 지은 집에 살아가고 있다. 이 모든 게 환경부 때문이다.
 

 아파트 전세 19억원, 매매 36억원이다. 이 아파트에 들어간 시멘트 값은 얼마나 될까? ⓒ 최병성

 
32평 아파트에 사용되는 총 시멘트 값은 약 150만 원 정도다. 아파트 값이 5억 원이라 할 경우 시멘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0.3%에 불과하다. 요즘 전국 아파트 분양비는 평당 최소 1천만 원이다. 32평에 들어가는 총 시멘트 값은 1평 분양비도 되지 않는다.

쓰레기를 넣지 않은 깨끗한 시멘트로 아파트를 건설해도 시멘트값은 아파트 값의 1%도 되지 않는다. 이는 시멘트업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시멘트 값 또 오른다... 레미콘·건설사 반발'이란 지난 2022년 1월 4일자 <매일경제> 기사를 보자. 레미콘업계와 건설사가 시멘트 값을 인상하면 아파트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며 반발하자, 시멘트협회 관계자가 '30평형 아파트 한 채당 들어가는 시멘트 비용이 157만원에 불과하여 시멘트 가격 인상이 아파트 분양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강조했다는 내용이다.
  

 30평형 아파트에 들어가는 시멘트값이 157만원에 불과하여 시멘트가 아파트 분양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시멘트업계 관계자 스스로 언론에 시인했다. ⓒ 매일경제

 
여론조사 결과, 국민들은 깨끗한 시멘트 원해

쓰레기 처리는 대한민국 정부 부처 중 환경부가 담당한다. 환경부는 그동안 시멘트공장에 쓰레기 처리를 떠넘기고 쓰레기를 해결했다고 국민을 기만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국민을 병들게 하는 환경부의 잘못된 쓰레기 처리 정책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과 환경재단, 오마이뉴스가 공동으로 쓰레기시멘트 해결책을 찾기 위해 지난 1월 17~18일 이틀 동안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를 통해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했다.(전국 거주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 무선 100% 응답률 4.5%.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

여론조사 결과,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 산업쓰레기가 들어간 시멘트로 지어진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응답이 75%였다. 산업쓰레기로 만든 시멘트에 발암물질과 중금속이 다량 포함된 사실에 대해서도 67.2%의 응답자가 몰랐다고 응답했다.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 쓰레기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국민은 환경부에 쓰레기시멘트를 허락한 적이 한번도 없다. ⓒ 한국사회연론연구소

 
쓰레기시멘트 해결을 위한 방법으로 유해물질 등을 표시하는 시멘트 제품 성분 표시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대부분인 86.7%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산업 쓰레기가 들어가지 않은 깨끗한 시멘트와 쓰레기로 만든 시멘트를 구분할 수 있도록 '시멘트 등급제'가 필요한지 묻는 질문에도 전체 응답자의 90.5%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등급제가 필요 없다는 응답자는 겨우 4.6%였다. 이는 시멘트 등급제를 통해 국민들이 시멘트를 선택할 권리를 원하고 있음을 말한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시멘트 등급제가 필요하며, 쓰레기시멘트와 쓰레기 넣지 않은 건강한 시멘트의 사용처를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특히 시멘트 등급제를 통해 주거용 건축재에는 깨끗한 시멘트를 사용하고, 쓰레기로 만든 시멘트는 도로나 항만 건설 등에만 사용하도록 시멘트 등급에 따른 사용처를 지정하는 법을 만드는 것에 대해 88.2%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쓰레기 넣지 않은 깨끗한 시멘트를 위해 추가 비용을 부담할 용의가 있는지도 물었다. 응답자의 88%가 돈을 더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대답했다.

산업쓰레기를 넣지 않은 깨끗한 시멘트로 지은 집에 살기 위해 얼마까지 부담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액수도 물어보았다. 100만 원 미만(34.6%), 100만 원 이상~200만 원 미만(33.7%), 200만 원 이상~500만 원 미만(4.7%)이었다. 그리고 6.2%의 응답자가 지금 32평 아파트 시멘트 비용 150만원의 6.5배가 넘는 1000만 원 이상을 지불하고서라도 쓰레기 넣지 않은 깨끗한 집에 살고 싶다고 응답했다.
  

 국민들은 쓰레기를 넣지 않은 건강한 시멘트를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시멘트 등급제가 해결책

지난 4월 12일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시멘트등급제 법안을 입법 발의했다. 노웅래 의원은 시멘트 등급제와 사용처 제한을 입법 제안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노웅래 의원이 국민의 건강을 위해 깨끗한 시멘트와 쓰레기 시멘트를 구분하는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 노웅래

 

시민들이 생활하는 아파트 및 건물, 빌딩 등은 대부분 발암물질과 중금속 등이 가득한 각종 폐기물을 투입해 생산된 시멘트로 신축되고 있음. 시멘트 생산업체들은 생산과정에서 위해성분을 제거했다고 하지만, 방사능과 발암물질, 각종 중금속은 제거되지 않고 남아 있음.

중금속이 함유된 시멘트로 지어진 아파트나 주택 건물에 입주해 몇 년씩 생활하는 경우 아토피성 피부염, 가려움증, 알레르기, 두통, 신경증상 등이 나타날 수 있음. 그러나 국민들은 폐기물 시멘트로 지어진 공간에 살면서도 시멘트에 어떤 폐기물이 포함됐는지, 중금속 성분은 무엇이고,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전혀 모르고 있음.

이에 시멘트 포대에 시멘트 제조 시 사용된 폐기물의 종류와 원산지, 사용량, 함량 성분 등을 표시하도록 해 관련 정보를 국민에게 알리고, 주택용 시멘트와 산업용 시멘트를 분리 생산, 판매를 위한 규정을 마련하여 국민 안전과 건강을 확보하려는 것임

 
환경부는 시멘트공장에 쓰레기시멘트를 허가하면서 국민에게 단 한 번도 이해를 구하지 않았다. 지금의 쓰레기시멘트 정책은 쓰레기 치우기에 급급한 환경부의 편의주의와 시멘트공장의 돈벌이를 위한 것에 불과하다.

환경부가 쓰레기 처리를 위해 지금처럼 시멘트공장을 쓰레기 소각장으로 이용하려 한다면 시멘트 등급제와 사용처를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 여론조사 결과에서 보듯, 국민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깨끗한 시멘트로 지은 집에 살기를 원한다. 

[관련기사]
- 폐암 유발 물질이 아파트에... 국민 속인 시멘트업체들 http://omn.kr/1za4o
- 폐암 유발 독성 쓰레기로 아파트 짓는다? 5시간 추격전 http://omn.kr/1rfy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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