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 분야의 BIM 적용방식에 대한 소고

토목 분야에서의 BIM 적용에 대한 소고

BIM은 "설계"가 아니다


이하 내용은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에 불과하며, 편협적이거나 불쾌한 내용일 수 있으니 주의

BIM이란

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의 약어로, 2010년 국토해양부는 "건축, 토목, 플랜트를 포함한 건설 전 분야에서 시설물 객체의 물리적 혹은 기능적 특성에 의하여 시설물 수명주기동안 의사결정을 하는데 신뢰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는 디지털 모델과 그의 작성을 위한 업무 절차를 포함하여 지칭한다"라고 정의했다.

이 정의에서 알 수 있는 것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BIM은 "완성된 모델"과 "그 모델을 작성하는 업무절차"라는 것이다. 여기서 업무절차에 설계단계가 포함되느냐 하는 질문이 나올 수 있으나, 그렇게 따지면 최초 기획단계도 BIM으로 볼 수 있으니 이는 아닌 것으로 보이며, BIM 모델을 만드는 과정 정도로 보면 합리적인 것 같다.

발주처가 바라는 BIM과 설계사가 생각하는 BIM

여기서 큰 갭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턴키설계나 대안설계로 나오는 프로젝트의 기본설계 보고서에는 BIM이 그냥 만병통치약처럼 묘사된다. BIM으로 기획부터 시공, 준공까지 모든 게 가능하며 도면은 물론 수량산출도 정확하게 할 수 있다는 찬양일색으로 도배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작성하는 이유는 바로..

발주처가 BIM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BIM이 차세대 설계방식이라는 분위기에 휩쓸리기 쉽다. BIM은 설계 프로세스가 아닌데도 "BIM"이라는 단어과 "설계"라는 단어를 붙이기를 좋아한다."BIM 설계"라는 뭔가 있어보이고 그럴 듯한 동상이몽의 개념이 여기에서 문제로 발생한다.

발주처는 BIM에 대해 요구만 하면 된다. 그게 설계사든 BIM 전문회사이든 간에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BIM이 설계과정에 들어가도 되는지 아닌지 굳이 판단해야 할 이유도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발주처 담당자가 주의해야 할 것은 "BIM이면 Revit을 써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무지한 말 만큼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연세대학교 이강 교수님의 저서 "43가지 질문으로 읽는 BIM"에는 BIM으로 활용되는 프로그램 목록이 기재되어 있는데 그 수가 상당하다. 개인적으로 BIM에 대해 잘 모른다고 생각하면 이 책부터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설계사의 경우 적은 수의 큰 회사와 중소규모의 회사간에 차별(?)이 생길 요소가 다분해질 수 있다. 큰 설계회사는 BIM이 설계의 범주라고 주장하며 회사 내에 따로 BIM부서를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대부분의 중소규모의 설계회사는 BIM 모델링을 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하기는 커녕 엄두도 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중소규모의 설계회사도 앞으로는 BIM에 대한 대비를 해 나가야 할 것이다. 굳이 "들이는 시간 대비 나오는 결과물의 가성비"가 떨어지는 Revit 대신에 오토캐드를 이용한 3D 모델링도 BIM 모델링의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3차원 철근 배근 등등) 사실 오토캐드의 3차원 기능은 매우 강력하고 복잡한 토목구조물을 3차원으로 구현하기에 가장 쉬운 방법일 것이다. 본인은 3차원 작업을 할 때 오토캐드, 3ds Max, 솔리드웍스, 스케치업, Revit 등을 다룰 수 있지만 토목구조물을 그리라고 하면 일단 베이스로 오토캐드로 그리는 것이 가장 쉽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치수개념이 가장 확실하기 때문이다. BIM 모델링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건설기술인협회에서 BIM 교육을 한다고 하면서 오토데스크사의 제품들만 교육한다해도 그 외에 다른 훌륭한 BIM 모델링이 가능한 소프트웨어가 많으니 중소 설계사들도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BIM은 어떻게 모델링되나

설계과정에서 도면,도표,시방서 등의 완성되면 그 결과물들을 가지고 3D 가상모델인 BIM 모델링에 들어간다. 즉, 설계가 끝나고 BIM이 들어간다.

예를 들어 3D 모델링을 거의 끝내고 있는데 설계성과품의 마무리 자문 결과 도로의 선형이 바뀌어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기존 방식대로의 설계를 변경해야 하는 것도 엄청난 일인데 거기다 3D 모델링까지 다시 바꾼다?

Revit 프로그램과 토목구조물

Revit(레빗) 프로그램을 위키디피아(영어)에서 검색해보면 그 많은 해설 글 중에 토목에 해당되는 단어는 한 글자도 없다. 애초에 Revit은 건축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졌고, 최근 버전도 토목을 위한 메뉴는 없다. 건축메뉴외의 서브메뉴들 중에 비정형 부재나 매스를 만드는 기능을 활용해서 토목구조물의 부재 패밀리로 만들고 이를 조합하여 프로젝트로 완성시키는 방법으로 토목구조물을 구현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건축의 주요개념 중의 하나인 "층"에 대한 개념을 애써 피해가며 토목구조물을 구현해야 하는 모순 속에서 허우적댈 수 있다. 애초에 토목구조물을 Revit으로 구현하는 발상 자체가 "Revit으로 정확한 선형정보가 반영된 교량,터널,지하차도 등을 구현해보지 않았다"라는 반증이 아닐까. 

파라메트릭 프로그램?

Revit은 파라메트릭 프로그램이라서 변경에 강하다? 천만의 말씀이다. 그건 건축분야에선 가능한 지 몰라도 "선형"이라는 개념이 들어가는 토목설계의 메인 프로젝트, 도로설계에서만큼은 통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교량을 Revit으로 BIM모델링을 한다고 쳐보자. 파라메트릭 설계라고 Revit으로 부재마다 참조평면으로 도배를 하고 각 부재선을 구속시켜서 솔리드로 뽑아내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문제는 선형이다. 종단선형이 곡선이고 평면선형이 클로소이드라도 먹여진 선형에 PSC BOX교량이라도 설계한다고 하면....;; 박스단면 상부플랜지 하단 EL값을 각 지점마다 Revit을 이용해서 정확하게 뽑아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런데 그 선형이 설계를 해 나가면서 몇번씩 바뀌는 동안 그 때 그 때 BIM을 업데이트 하라고 하면 그 고생을 누가 버티겠는가. 각 주요지점의 EL값도 따로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는 툴이 Revit에는 없는데 말이다. 차라리 토목구조물 자동설계 프로그램이 훨씬 "파라메트릭"하다.

토목구조물 자동설계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과연 모르는 것인가?

토목구조물에는 교량, 지하차도, 옹벽, 암거 등이 있고, 약 20년 전부터 자동설계프로그램으로 설계하고 있다. 토목설계인원이 일에 비해 워낙 모자르기 때문에 그런 자동설계프로그램이 없으면 일을 할 수가 없게 돼버린지 오래... 이 자동설계 프로그램을 통해 단면을 잡고, 직접기초로 괜찮은지, 말뚝을 넣어야 하는지, 규정에는 맞는지, 구조적으로 안전한지 등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설계를 해나간다. 필요한 대부분의 데이터를 스프레드 쉬트 방식처럼 프로그램 내에서 입력하는데 이게 바로 설계단계에서의 진정한 "파라메트릭 프로그램"일 것이다. 그리고 자동설계 프로그램은 도면, 구조해석, 수량산출서를 자동으로 관련기준에 맞게 생성해 낸다.

그리고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거의 20년 동안 그 프로그램의 커뮤니티를 통해 오류를 수정해왔다. 바로 이것이 토목구조설계 프로그램의 막강함이며, 어느 발주처도 이런 검증된 프로그램으로 설계하지 않은 설계성과품을 신뢰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발주처를 돌아다니며 "BIM으로 설계를~!! BIM으로 수량을 산출해야~~"라고 영업시키는 BIM 프로그램 회사는 과연 이것을 모르고 있을까?

토목설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발주처 담당자라면 이런 문구에 혹하지 않을 것이지만, 토목 발주업무를 잘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Revit은 BIM의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다

현재 Revit이 BIM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언급되고 있는데, 언제부터 BIM하면 Revit이 떠오르게 된 것일까.(물론 Revit은 좋은 프로그램이다.) Internet Explorer가 인터넷의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듯이, Revit도 BIM의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다.

마이크로스테이션(Mirostation)과 올플랜(Allplan)등도 전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BIM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BIM 전문가로 유명한 연세대학교 이강 교수는 BIM 프로그램으로 상당히 많은 프로그램들을 꼽았는데(저서 '43가지 질문으로 읽는 BIM'에서) 3D로 구현이 가능한 프로그램이면 대부분 BIM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토목구조에서의 BIM

토목 구조물 자체에서 BIM을 이용해 확인해 볼 만한 것은 철근의 간섭이다.

건축의 경우 전기, 환기, 오수, 우수, 난방 등등의 라인이 수도 없이 들어가기 때문에 서로 간섭하지 않는지 BIM으로 체크함이 좋은 것은 틀림이 없지만, 토목구조물의 경우는 철근 간섭과 기초 근입깊이 체크 정도면 되고 기초 근입깊이는 보통 종평면도에서 기초의 폭 방향으로 종단면을 양 끝점에서 따서 확인하면 문제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철근의 간섭 체크는 마이크로스테이션이나 올플랜 등 다른 프로그램들도 가능하다.

※Revit에 탑재된 구조해석 기능으로 교량이나 토목구조물을 구조해석한 사례가 있는지 모르겠다. 만약 그랬다면 발주처가 가슴졸이면서 일일히 그 결과물이 제대로 된 것인지 기존 토목구조물 설계프로그램으로 확인을 해야 할텐데...;;; 과연 발주처가 자체적으로 확인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물론 Revit의 구조해석 기능이 "구조설계"를 해주는 것이 아님을 안다. 하지만 기존의 Midas Civil처럼 구조해석 기능에 충실한지 의문스럽다. 주변에 좀 큰 설계회사들에게 물어봐도 현재로서는 Revit으로 구조계산해서 납품한 사례를 듣지 못했다. 구조해석 모듈이 들어가 있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예를 들면 유효지간장에 의해 나온 차선 수 만큼 표준트럭하중을 쉽게 태울 수 있는지, 부재 끝에서 얼만큼 떨어진 위치에 하중을 기존 Midas같은 프로그램만큼 쉽게 재하시킬 수 있는지, 해석결과 나온 단면력의 최대최소값을 설정한 Load case별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지 등등 실질적으로 설계자가 써먹을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갖춰져 있는지가 중요하다.

BIM의 장점을 과장하지 말아야

'발주처의 BIM에 대한 무지'를 이용해서 BIM 모델링의 장점을 과장하는 경우가 간혹 보이고 있는데, 기존 설계가 3차원 검토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BIM 모델링 검토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몰아가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3차원에서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대부분의 경우, 그냥 그 설계를 잘못한 것이지 BIM 모델링을 하지 않아서 발생한 오류가 아니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아래 그림은 예전에 BIM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모 회사의 기술문헌 중에서 발췌한 것이다.

기초가 지표면 위로 튀어 나온 것을 마치 BIM 모델링을 해서 발견한 것 처럼 표현하고 있지만, 저건 그냥 설계 때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일 뿐이다. 교량이나 토목구조물 기초를 설계할 때 선형중심선으로 종단검토를 해서 지반에서 동결심도 이상 근입되게 설계하고, 그렇게 종단 한번 끊은 것으로도 모자라서 기초의 양 끝 지점의 종단을 따로 작성해서 기초가 최소 근입깊이를 유지하는지 검토한다. 그렇게 정상적으로 검토한 기초가 위의 그림처럼 지표면위로 튀어 나올 수는 없다.

어떤 문헌에는 BIM모델링을 해서 철근의 부피만큼 콘크리트 량을 줄일 수 있었다는 표현도 있었는데, 그저 웃음만 날 뿐이다. 그 구조물에 들어가는 철근 중량을 단위중량으로 나누면 철근의 부피는 간단히 나오고 수량산출서에서 콘크리트 부피에서 그 값을 빼주기만 하면 BIM없이도 가능한 것인데 이걸 BIM의 장점이라고 표현하다니... 발주처의 눈을 흐리게 하려는 목적이 아니면 어떻게 그렇게 표현할 수 있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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