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지진보험 가입을 꺼리는 이유

2010년 이후 미국 지역에 지진발생이 잦아지면서 지진 보험에 대한 주택보유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진 피해는 주택보유자가 별도로 지진보험을 가입해야만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 일반적인 주택보험에만 가입하면 지진에 대한 피해보상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지진보험은 일반적인 주택보험보다 보험료가 상당히 비싸다는 것에 있다. 지진보험료는 자동차 보험과는 달리 지은 지 오래된 주택일 수록 더 많이 부과된다. 지진보험료는 일반적으로 주택가격의 0.2%수준인데 이는 주택에 관련된 보험료 중에 가장 비싼 보험이 된다.


최근 환태평양 지진대의 지진활동이 급증

최근 '불의 고리(Ring of Fire)'로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대에서 잇따라 큰 지진이 발생하고 있어 해당 지역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특히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지역은 미국에서 가장 지진의 위험에 노출된 곳이기도 하다.


캘리포니아 지진공사(CEA)

대부분의 보험상품은 캘리포니아 지진공사(California Earthquake Authority, CEA)가 많은 보험회사 등을 통하여 판매하는데, 쉽게 생각하자면 우리나라의 보험개발원이 상품을 설계하여 민간 보험사들이 그 보험을 판매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캘리포니아 지진공사(CEA)는 민간자본이 투자했지만 캘리포니아 주 의회에 의해 관리되는 기관이다.


지진보험 가입 실태

미국을 강타하는 지진의 약 90%가 캘리포니아에 집중되고 있지만, 주택소유자의 약 10%만 지진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상식적인 생각으로는 잘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지진보험 가입율이 더 높아야 할 것임에도 캘리포니아 지역의 지진보험은 의외로 인기가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 공제액보다 적은 산출피해액
  • 주택불황에 따른 경제적 부담
  • CEA의 보험정책에 대한 불신

#1 공제액보다 적은 산출피해액

지진보험의 필요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지진보험이 자신들이 지불하는 금액만큼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지진보험은 집값의 15~20% 공제가 따르는데, 이 옵션은 보험료를 그만큼 낮추게 하여 실질적인 보험가입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만약 공제가 전혀 없는 보험상품을 선택한다면 보험료가 현실적으로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상승하므로, 대부분의 지진보험 가입자들은 공제옵션을 있는 상품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지역주민 중 한 명인 캘리포니아 대학 물리학 교수 존 런들씨는, "대부분의 주택보유자들은 지진피해를 입는다 하더라도 산출피해액이 절대 공제액을 초과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한다.

문제는 지진발생시 보험회사에서 산출하는 피해액이 그 공제액을 넘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즉, 예를 들어, 10억원의 집이 지진피해로 보수비용이 1억이 잡혔다면 공제액(10억X15%=1억5천)보다 적으므로 보험사는 고객에게 한푼도 보상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차라리 보험에 가입하지 말고 그 돈으로 지진에 저항할 수 있는 장치를 집에 설치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집과 지하 기반암까지 여러 개의 볼트로 연결하여 지진시 집과 지반이 따로 움직여서 발생하는 피해를 줄일 수 있다.



#2 주택불황에 따른 경제적 부담

많은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부동산위기 때문에 경제적 피해를 입었으며, 현재 집이 없거나 대출을 갚지 못해 허덕이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는 제이슨 심슨씨는, 2008년에 3% 다운페이먼트 모기지(97%를 융자받았다는 뜻)로 69만 달러에 집을 구입했으나, 주택불황으로 빚더미에 올랐으며 그는 곧 집의 가치보다 더 많은 빚을 지게 되었다.

※ 다운페이먼트는 직접 현금으로 내는 보증금으로, 쉽게말하면 내 돈 얼마를 내고 나머지는 대출받는다라고 했을 때의 내 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위의 제이슨 심슨씨의 경우 전문직 종사자여서 3%의 다운페이먼트로도 나머지를 융자를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보통은 20%이다.

그는 "돈이 없어서, 일 년에 1,200달러의 지진보험금을 낼 수 없다"라고 말한다.


#3 캘리포니아 지진공사의 정책에 대한 불신

주택소유자들로 하여금 보험가입을 꺼리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소는 바로, 대재앙에 가까운 지진이 일어나서 손해액이 지진공사의 지급준비액을 초과할 경우 CEA가 보험금지급을 중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CEA는 주택소유자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다른 어떤 보험회사와 마찬가지로 CEA는 지급능력을 상실했을 때 지급을 멈출 것이지만, 그런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CEA는 매우 자본력이 튼튼하다. 우리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피해를 일으켰던 노스리지 지진 두 개가 한꺼번에 일어나도 가입자들의 보상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많은 캘리포니아 사람들이 걱정하는 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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