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의 특정 키들이 뻑뻑할 때 :: 윤활제로 해결

키보드의 일부 키들이 뻑뻑할 때, 신품일 경우에는 불량을 의심하고 쓰던 제품일 경우에는 청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값비싼 기계식 키보드를 처음 구입했을 때 일부 키들의 키감이 뻑뻑하다거나 키압이 유달리 높다고 느껴질 경우, 또는 특정 키들의 키감에 이질감을 느끼게 될 경우에 멘붕에 빠져서 교환 반품을 생각하는 사용자들도 적지 않다. 나도 같은 경우였다. 2만원이상의 키보드를 써 본 적이 없는 내가 손가락 질환이 생긴 후에 처음으로 구입한 기계식 키보드, '덱헤슘 프로 CBL-108P'를 받고 나서 멘붕에 빠졌었다. 일부 키들의 키감이 다른 작은 키와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그 당시 열심히 검색을 해 본 결과, 내가 키감에 이질감을 느낀 키들이 스태빌라이저가 들어있는 키라서 키감이 유독 다르다는 사실과, 추가적으로 윤활작업을 해줘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돈이 얼마짜리인데 왜 처음부터 키감을 비슷하게 유지하게 만들지 못했는지..."에 대한 분노가 잠시 일었지만, 키보드를 들고 총판에 가서 무료로 윤활작업을 받아오느냐 아니면 택배로 보내서 윤활작업을 받느냐, 그렇지 않으면 내가 직접 윤활작업을 하느냐 등의 기로에 서있다가 내가 결국 택한 방법은 직접 윤활작업을 해보는 것이었다.


키보드의 일부 키가 뻑뻑할 때 :: 윤활작업

점성이 낮은 윤활제로 키보드를 부드럽게


키보드의 스태빌라이저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되는데, 첫번째는 체리식이고 두번째는 마제식이 있다. 마제식은 대부분의 일반 키보드에서도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철심(?) 방식"이고, 체리식은 키축 좌우에 가이드역할을 하는 부분이 있는 방식이다.


▲체리식 스태빌라이저


▲마제식 스태빌라이저

덱헤슘 프로 키보드는 체리식 스태빌라이저로 알고 있었는데 내 덱헤슘 프로는 스페이스 키에 철심이 달려있다...;; 그래서 체리식과 마제식이 모두 있는 상태였다. 체리식 스태빌라이저는 양쪽 가이드 부분에 윤활제를 살짝 묻혀주면 될 것 같았고, 마제식 스태빌라이저에는 철심이 닿는 부분에 윤활제를 묻혀주면 될 것 같았다. 특히 마제식 스태빌라이저의 텅텅거리는 경쾌한 키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키를 눌렀다 떼는 순간의 반발속도가 윤활제의 점성으로 인해 감소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점도가 아주 낮고, 쉽게 휘발되지 않는 윤활제를 찾아보다가 실리콘 이형제를 떠올렸다. 서바이벌 게임용 BB건 중에 스나이퍼형식의 에어코킹건에는 실린더의 윤활성능이 상당히 중요한데, 윤활제의 점성이 피스톤의 순간적인 전진속도를 감소시키게 해서는 안되는 것이 튜닝(?)의 기본이다. 그래서 그 때 사용하는 실리콘 이형제를 키보드에도 사용해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라고는 하지만 집에 있는 윤활제가 그것밖에 없었음.) 그래서 '신에츠 실리콘 이형제 KF-96 스프레이 타입'을 사용해서 키보드의 스태빌라이저 윤활작업을 실시했다.


점성과 휘발성이 낮은 실리콘 이형제

키를 분해하고 스태빌라이저 쪽에 실리콘 이형제를 국소적으로 뿌렸다. KF-96 스프레이 타입은 철물점 락카처럼 큰 면적에 마구 뿌릴 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바퀴벌레 잡는 살충제처럼 스트로우가 들어 있어서 아주 작은 스팟에 대해 실리콘 이형제를 묻힐 수 있다. (물론 힘조절이 필요하다.) 혹시 실패해서 대량으로 살포해서 키보드 본체에 흘러 들어가 기판에 닿는다고 해도 실리콘 이형제는 부도체이므로 키보드가 작동불능이 되거나 하는 염려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손이 저절로 많이 뿌리지 않게 된다. ㄷㄷㄷ)



▲신에츠 실리콘 이형제 KF-96 스프레이 타입


스태빌라이저 부분에 실리콘 이형제를 살짝 묻혀주고 테스트를 해보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처음에 느꼈던 "이 키들은 도대체 왜 뻑뻑한 거야?"라는 분노는 완전히 사라지고 지금은 약 6개월이 지났는데도 다른 작은 키들과 같은 키감과 키압을 가진 스태빌라이저 키감이 유지되고 있다.


덱헤슘 키보드의 경우 주문시 윤활작업을 요구할 수도

덱헤슘 키보드를 사용하는 사람들 중에 어떤 분들은 백스페이스나 엔터 등이 처음 살 때부터 부드러웠다고 하고, 어떤 분들은 뻑뻑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키압보다는 키감때문에 덱헤슘 키보드를 구입하는 '손이 강하고 큰(?)' 사용자들은 처음부터 뻑뻑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덱키보드 한국 총판에서 미리 스태빌라이저가 있는 키들에 윤활작업을 실시한 제품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일부 제품들은 신품 판매시 이미 스태빌라이저 부분에 윤활작업이 되어 있는 채로 판매되기 때문에 사용자들의 의견이 양분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구입자의 사전 요구에 의해서도 윤활작업이 진행될 수 있는데, 국내 총판이 분명한 덱헤슘 키보드의 경우에는 구입시에 총판 사장님께 윤활작업을 부탁하면 스태빌라이저 키들의 키압이 부드러운 상태의 신품을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구입 후에도 무료로 윤활작업을 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가의 멤브레인 키보드에 새 생명을

서브로 사용하고 있는 LG ST-1100이라는 멤브레인 키보드(구입가격:7천원)는 저가이지만 키압이 높지 않으면서도 키감이 분명한 느낌이 드는 (유일한)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저가모델이다보니 어떤 키들은 약간 삐딱하게 누를 때 아예 끼어서 들어가지 않는 슈퍼한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그 키들을 빼내서 가이드 부분에 실리콘 이형제를 묻혀줬더니 그런 현상이 완전히 없어졌다. 실리콘 이형제는 휘발성이 낮기 때문에 이런 효과는 오래 지속되는 장점도 있다.


실리콘 이형제(실리콘 오일)의 선택기준

구리스계의 윤활제는 아무래도 점성이 있는 우려가 있지만, 실리콘 이형제라고 해서 점성이 다 낮은 것은 아니다. 실리콘 오일류는 생산할 때 점성을 쉽게 조절할 수 있어서 생산되는 실리콘 오일류의 점도도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무조건 실리콘 오일을 키보드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이고, 이는 구리스계 윤활제도 마찬가지이다. 실리콘 이형제를 선택할 때에도 반드시 점도가 낮은 제품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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